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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뉴스페이스 도전, 우주 법제도 정비로 받쳐줘야”

  • 기사입력 2024.03.27 13:24
  • 최종수정 2024.03.27 14:06
  • 기자명 한세희
전승환 텔레픽스 상무가 3월 26일 인천 송도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우주산업 및 우주법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전승환 텔레픽스 상무가 3월 26일 인천 송도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우주산업 및 우주법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스페이스X는 미국 최대 농기계 기업 존디어와 손잡았다. 존디어의 트랙터가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이 보내주는 데이터를 받아 미국 곡창 지대의 드넓은 평야를 자율주행하고, 토양과 식생을 인공지능으로 관측해 트랙터 운행을 효율화한다.

동해 근방에서 벌어지는 연간 4억 4,000만 달러 규모의 불법 오징어잡이를 막기 위해 어선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데도 위성 관측 데이터가 쓰인다. CJ 같은 대형 식품회사들은 인공위성 관측 사진으로 주요 농작물의 작황을 예측, 원자재 선물 거래에 활용한다.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보내는 관측 자료는 농업과 건설, 금융, 국방, 환경,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고해상도 영상을 통해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파악, 비즈니스와 정책 결정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위성 관측 데이터로 세상을 미리 읽다

‘뉴스페이스 우주산업 및 우주법 포럼’이 인천 송도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3월 26일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 스페이스레이더 
‘뉴스페이스 우주산업 및 우주법 포럼’이 인천 송도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3월 26일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 스페이스레이더 

국내에선 텔레픽스(TelePIX)가 위성 관측 데이터로 야적된 원자재의 물량과 물동량을 파악하는 솔루션을 개발, 선물 거래를 하는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위성이 찍은 북한군 퍼레이드 장면에 대한 분광분석을 통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사일 발사대를 발견하기도 했다.

전승환 텔레픽스 상무는 3월 26일 인천 송도 항공우주산학융합원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우주산업 및 우주법 포럼’에서 “우주 데이터 활용 시장이 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며 “활용처가 다양하고 도메인 지식이 중요한 영역인 만큼, 산업 활성화를 위해 활발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원천 이미지를 확보하는 고해상도 관측 위성을 제작한다. 30cm 해상도를 자랑하는 ‘스페이스아이-T’ 관측 위성과 SAR 위성인 ‘스페이스아이-R’ 등의 제품군을 보유했다.

뉴스페이스 도전하는 스타트업

조남석 무인달탐사연구소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조남석 무인달탐사연구소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위성 제작과 발사, 운용, 데이터 분석, 우주 발사체와 탐사 기술 등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시장 가치를 창출하려는 민간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주 스타트업 무인달탐사연구소는 달 탐사 무인 로버 제작을 위한 로보틱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심우주 탐사와 우주 자원 채취 등을 위한 달 탐사 기지 건설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회를 봤다.

조남석 대표는 “달은 높은 열과 진공 상태, 자기장, 기기의 구동을 방해하는 토양 등으로 인해 지구와 완전히 환경이 다르다”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원활히 작동하는 로봇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2032년 우리 기술로 달 착륙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여기에 탑재될 로버를 만든다는 목표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우주로테크는 최근 폭증하고 있는 위성의 움직임을 제어해 충돌 사고를 막고, 고장 나거나 수명을 다한 위성 등 우주 쓰레기를 폐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최근 스타링크나 원웹 등이 군집위성을 대거 발사하고, 발사 비용 절감으로 위성 발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구 궤도가 혼잡해지고 있다. 통제를 잃고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도 궤도에 혼잡을 더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 간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고가의 위성이 파괴됨은 물론, 관측 데이터 역시 손상되어 관련 기업과 고객도 타격을 입는다. 스페이스X는 6개월간 약 2만 5000번의 회피기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1기가 한 달에 한 번은 충돌 위험에 처하는 셈이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미국과 유럽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물체 폐기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우주교통관리(STM)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우주를 위한 새 시장이 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임무가 끝난 위성이 스스로 폐기 단계에 접어들도록 하는 소형 추진기관 등을 적은 비용으로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위성 운용 기간 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궤도 경로 예측 소프트웨어도 공급한다.

민간친화 우주 법제도 정비 시급

홍승표 텔레픽스 국제우주법연구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홍승표 텔레픽스 국제우주법연구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뉴스페이스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계 우주 분야 추세에 부응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국가 주도 우주 개발 시대에 마련된 질서가 새로운 민간 중심 우주 경제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승표 텔레픽스 국제우주법연구실장 (룩셈부르크 변호사)은 “뉴스페이스에는 선도국과 그 외 국가들 사이에 기술적, 지정학적, 산업적 비대칭이 있다”라며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우주 중견국가로서 입지를 확보하고, 우주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 친화적 우주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항해 시대에 해양 관련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탄생, ESG 의제까지 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해양법이 우주법 현대화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스페이스레이더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외교를 위한 우주’ 정책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배터리, 모빌리티, 5G 통신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닌 기술을 우주 탐사에 적용하며 외국과 협력하고 대신 다른 분야에서 필요한 것을 얻는 등 우주를 외교에 활용하리라는 전망이다. 또 여전히 정부와 군 수요가 큰 상황인 만큼 위성통신과 관측위성, 항법위성 등의 시장이 커지는 한편, 미국 등의 추세에 따라 우주교통관리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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